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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• 행렬식에 관한 잡담 1
    카테고리 없음 2026. 3. 26. 00:14

    행렬식이라고 하면 항상 먼저 생각나는 것은 그 이름이 상당히 아쉽다는 것이다. 이왕이면 행렬식(행렬 + 식 ?)이라는 그 실체를 잘 묘사하지 않는 이름보다 좀 더 의미를 가진 용어를 사용했으면 좋았을뻔 했다. 아마도 중국이나 일본을 통해 받아들이면서 그렇게 정해진 듯 하다.

     

    행렬식을 다루는 아무 선형대수학 입문서를 찾아보면 십중팔구 행렬식을 다음과 같이 (또는 비슷하게) 정의한다. "행렬의 각 열에서 순서대로 정확히 하나씩 행들이 모두 다르도록 값을 선택하여 곱하고, 그 값에 행의 위치에 의해 결정되는 순열의 부호에 따라 +1 또는 -1을 추가적으로 곱하고..." 하는 방법이 선형대수학을 배웠던 사람이라면 희미하게라도 기억이 날 것이다.

     

    그런데 위의 정의와 전혀 달라보이는 행렬식의 성질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.

     

    (1) 항등행렬의 행렬식은 \( 1 \)이다.

     

    (2) 행렬식은 각각의 열에 관해 선형이다. 이 말의 의미는 다음과 같이 첫 번째 열을 예로 들면
    \( \begin{bmatrix} \alpha a & b\\ \alpha c & d\end{bmatrix} \) 의 행렬식은 \( \begin{bmatrix} a & b \\ c & d \end{bmatrix} \) 의 행렬식에 \( \alpha \)를 곱한 값과 같고,
    \( \begin{bmatrix} a + a' & b \\ c+c' & d \end{bmatrix} \) 의 행렬식은 \( \begin{bmatrix}a & b\\c & d\end{bmatrix} \) 의 행렬식과 \( \begin{bmatrix}a' & b \\c' & d \end{bmatrix} \) 의 행렬식을 합한 것과 같다.

     

    (3) 서로 다른 두 열이 같으면 행렬식은 \( 0 \)이다.

     

    이 조건의 재미있는 점은 이들이 행렬식의 한 성질일 뿐만 아니라 이 조건을 만족하는 함수는 행렬식 밖에 없다는 것이고, 따라서 이 셋을 합쳐서 행렬식의 정의로 사용할 수 있다. 다시 말해 행렬식이 뭐냐고 묻는 질문에 대한 한 가지 답은 어떤 행렬이 주어질 때 위의 세 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(유일한) 함수값이라는 것이다.

     

    이 글에서는 2차원의 경우 행렬의 열벡터들에 의해 결정되는 평행사변형의 넓이가 위의 조건 (1)~(3)을 만족함을 약식으로 보이려고 한다 (1차원 행렬의 경우는 쉽기 때문에 생략.) 바로 위 단락에서 말했듯이 그게 무엇이던 (여기에서는 평행사변형의 넓이) 위의 조건 (1)~(3)을 만족한다면 그건 행렬식과 같은 값이어야 하고 이 결과는 행렬식에 대해 잘 알려진 사실 중 하나이다. 여기에서 "행렬식에 대해 잘 알려진 사실"이라고 하면 행렬의 열벡터들로 결정되는 공간의 부피(1차원이라면 길이, 2차원이라면 넓이, ...)가 행렬식의 절대값과 같다는 것이다.

     

    (1) 우선 항등행렬의 두 벡터는 \( \langle 1, 0 \rangle \), \( \langle 0, 1 \rangle \)이므로 두 벡터가 만드는 평행사변형은 한 변의 길이가 \(1 \)인 정사각형이고 그 넓이는 \( 1 \)이다.

     

    (2) (각 열에 관한 선형성) 스칼라곱에 관해서는 평행사변형을 결정하는 두 벡터 중 하나의 길이에 \( \alpha \)를 곱한다면 새로운 두 벡터가 이루는 평행사변형의 넓이는 기존 넓이에 \( \alpha \)를 곱한 것과 같을 것이다. 예를 들어 아래 그림과 같이 벡터 \( a \)에 \( 2 \)를 곱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. 색칠한 부분이 기존 벡터 \( a \)와 \( b \)가 이루는 평행사변형이라면 \( 2a \)와 \( b \)가 이루는 평행사변형의 넓이는 두 배가 됨을 알 수 있다.

     

    각 열벡터의 덧셈이 평행사변형 넓이의 덧셈이 됨은 다음 그림으로부터 알 수 있다.

     

    위 그림의 왼쪽에서 색칠된 영역이 나타내는 것은 벡터 \( \langle a , b_1 \rangle \)이 이루는 평행사변형과 벡터 \( \langle a , b_2 \rangle \)가 이루는 평행사변형을 붙인 모양이고, 오른쪽은 벡터 \( \langle a , b_1 + b_2 \rangle \)가 이루는 평행사변형의 넓이인데, 삼각형 \( OBD_1 \)과 삼각형 \( ACD_2 \)가 같은 넓이임을 생각하면 색칠된 두 영역의 넓이가 같고 따라서 행렬의 각 열벡터의 덧셈이 넓이의 덧셈과 대응됨을 알 수 있다.

     

    (3) 서로 다른 두 열벡터가 같다는 것은 평행사변형을 결정하는 두 변이 포개어지는 경우이고 그 때의 넓이는 \( 0 \)이 된다.

     

    특수한 경우에 대한 직관적인 설명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도 성립하는 내용이며, 결과적으로 열벡터들에 의해 결정되는 평행사변형의 넓이는 조건 (1)~(3)을 만족하고 이것으로부터 평행사변형의 넓이가 행렬식의 절대값과 같음을 보였다. (단, 여기에서 두리뭉실하게 넘어간 부분이 있다. 행렬식은 음수가 될 수 있는데 반해 통상적인 의미의 넓이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. 일반적으로는 여기에서 언급하지 않은 음의 넓이라는 개념이 필요하기는 하나, 논의를 간단히 하기 위해 그 부분은 무시하고 행렬식의 절대값과 양의 넓이로 제한하였다.)

     

    끝으로 행렬식과 평행사변형의 관계를 이용하여 평행사변형을 결정하는 두 변의 벡터를 아는 경우 그 넓이를 쉽게 구하는 예시를 보자. 아래 그림과 같이 두 벡터 \( u = \langle 6 , 8 \rangle \) 와 \( v = \langle 4 , -3 \rangle \) 에 의해 결정되는 평행사변형이 있다고 하자. 그러면 두 벡터의 행렬식의 절대값은 \( 50 \)이기 때문에 이 평행사변형의 넓이는 \( 50 \)이 된다. 정말 행렬식으로부터 넓이가 구해지는지 의심스럽다면 별개의 방법으로도 넓이를 확인할 수 있는데, 공교롭게도 이 평행사변형은 사실 직사각형이고 두 벡터의 크기가 각각 \( 10 \)과 \( 5 \)이기 때문에 역시나 넓이는 \( 50 \)임을 알 수 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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